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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006 ★자연의 신, 멜로우의 안내 : 지구 생존기★★초록나라★Story★ 2026. 6. 6. 16:33반응형
남겨진 자.
아르고스 기지.
모든 것이 끝난 뒤.
통제실은 침묵에 잠겨 있었다.
부서진 모니터.
타버린 장비.
찢어진 철골.
그리고—
바닥에 쓰러진 한 남자.
제논.
그는 천천히 몸을 일으켰다.
입가에 묻은 피를 닦으며 무너진 천장을 올려다본다.
차가운 새벽달이 보였다.
"...4년인가."
낮은 목소리.
그는 멜로우와 코키의 대화를 모두 들었다.
4년 동안 인간을 관찰한다.
인류를 심판할지 결정한다.
제논은 피식 웃었다.
"재미있군."
그의 시선이 떨어진다.
손에는 여전히 작은 데이터 칩 하나가 들려 있었다.
아스라의 파편.
아주 미세한 흔적.
하지만 존재한다.
확실하게.
제논은 그것을 조심스럽게 품속에 넣었다.
마치 보물을 다루듯.
"...당신들은 대체 누구지?"
그의 목소리에는 탐욕보다도 궁금증이 더 많이 섞여 있었다.
"신인가."
"아니면..."
잠시 침묵.
"...인류가 아직 이해하지 못한 자연 현상인가."
통제실 모니터 하나가 깜빡인다.
PROJECT ARGOS
DATA SAVED
0.0003%
제논은 잠시 그 숫자를 바라보았다.
0.0003%.
거의 아무것도 남지 않은 수준.
하지만 이상했다.
너무 이상했다.
그 작은 파편 안에는.
현재 인류가 가진 어떤 이론으로도 설명되지 않는 흔적이 존재했다.
답을 찾을수록.
오히려 질문이 늘어나고 있었다.
제논은 천천히 안경을 고쳐 썼다.
그리고 미소 지었다.
"충분해."
하지만 그 웃음은 광기인지 희망인지 알 수 없었다.

낯선 행성의 첫 아침
한편.
아르고스 기지를 떠난 키키와 아스라, 멜로우는 언덕 위에 서 있었다.
지구의 아침은 눈부셨다.
파란 하늘.
따뜻한 햇살.
그리고 끝없이 이어진 바다.

키키는 조용히 아스라를 바라보았다.
여전히 그녀의 몸은 완전하지 않았다.
픽셀들이 깜빡이며 나타났다 사라진다.
그 모습이 마음 아팠다.
"여신님."
"응?"
"아직도 아프세요?"
아스라는 잠시 침묵했다.
그리고 웃었다.
"조금."
그 말에 키키의 표정이 굳어진다.
"그 인간 때문이에요."
제논.
이름만 떠올려도 가슴속이 차가워진다.
순간—
키키의 몸 주변으로 붉은 입자가 스쳐 지나간다.
🔴
공포.
분노.
복수심.
순간, 공기마저 무거워진다.
키키의 작은 몸에서 낯선 파동이 흘러나온다.
마치 다른 누군가가 잠시 모습을 드러내려는 것처럼.
붉은 입자들이 모여들며—
코키의 위상이 희미하게 겹쳐진다.
동시에 키키의 눈빛도 달라진다.
차갑고.
날카롭고.
낯설 정도로.

"...싫어."
낮은 목소리가 흘러나온다.
키키는 스스로도 놀란 듯 입을 다문다.
몇 초 뒤.
붉은 입자들은 흩어지고,
표정도 원래의 키키로 돌아온다.
멜로우는 그 모습을 조용히 바라본다.
🌿
"감정이 흔들리는군."
"그 인간이 싫어요."
키키가 작게 중얼거린다.
"그럴 수도 있지."
"...죽이고 싶을 정도로."
잠시 침묵.
멜로우는 천천히 눈을 감았다.
그리고 조용히 말했다.
"방금 전까지 자네는 키키가 아니었네."
"...네?"
"슬픔의 위상이 약해지고 있었어."
키키의 표정이 굳는다.
멜로우는 말을 이었다.
"공포와 분노가 자네를 잠시 덮었지."
"코키..."
아스라가 작은 목소리로 중얼거린다.
멜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흥미롭군."
"한 존재 안에 네 개의 위상이 공존하다니."
"슬픔의 키키."
"사랑의 코코."
"공포의 코키."
"증오의 키코."
"관찰되는 감정에 따라 스스로를 확정하는 존재라..."
바닷바람이 스쳐 지나간다.
키키는 잠시 아무 말도 하지 못한다.
그리고 조용히 입을 연다.
"...저도 가끔 헷갈려요."
"뭐가 말인가?"
"누가 진짜 저인지."
정적.
아스라가 말없이 키키를 바라본다.
멜로우 역시 쉽게 대답하지 못한다.
그때.
멀리 수평선 너머로 새벽빛이 번져온다.
멜로우가 다시 입을 열었다.
"그럼 묻겠네."
"네?"
"그 자가 악인이라는 걸 자네는 증명할 수 있나?"
키키의 머릿속에 제논의 얼굴이 떠오른다.
아스라를 해친 남자.
하지만—
그는 무한 에너지로 인류를 구하겠다고 말했다.
광기였지만,
거짓말처럼 보이지는 않았다.
키키는 대답하지 못했다.
멜로우는 작게 웃었다.
"그래서 관찰이 필요한 걸세."
"판결보다 먼저 해야 할 일은."
"진실을 보는 것이니까."
.
.
.
인간이라는 종족에게 진실은 무엇일까?
그들은 해안선을 따라 걷기 시작했다.
한참 후.
키키가 물었다.
"멜로우 할아버지."
"응?"
"인간은 왜 저렇게 욕심이 많아요?"
멜로우는 웃었다.
"인간만 그런 게 아니란다."
"네?"
"살아 있는 모든 존재는 원하는 것이 있지."
.
.
.
바람이 분다.
숲이 흔들린다.
🌿
"씨앗은 하늘을 원하고."
"나무는 햇빛을 원하며."
"새는 자유를 원하고."
"인간은 미래를 원하지."
.
.
.
잠시 침묵.
"문제는..."
멜로우가 천천히 말했다.
"그 미래를 위해 무엇을 포기할 수 있느냐지."
키키는 이해하지 못했다.
하지만 아스라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어쩌면 제논 역시—
무언가를 포기한 사람일지도 모른다.
"키키."
멜로우가 문득 말했다.
"네?"
"조금 전의 자네와 지금의 자네."
"예?"
"같은 생각을 하고 있나?"
키키는 멈칫했다.
조금 전까지는 분노뿐이었다.
하지만 지금은 아니었다.
멜로우는 미소 지었다.
"인간도 그렇단다."
"네?"
"감정이 바뀌면 세상을 보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지지."
키키는 말없이 바다를 바라보았다.
위장
하지만 철학 이야기는 오래가지 못했다.
현실적인 문제가 있었기 때문이다.
"잠깐."
키키가 멜로우를 붙잡았다.
"우리 모습 이상하지 않아요?"
정적.
멜로우는 자신의 거대한 나무 몸을 내려다보았다.
아스라는 빛나는 소녀.
키키는 뿔 달린 정령.
자신은 걸어 다니는 고목나무.
🌳
"...음."
"이대로 도시 들어가면 잡혀가요."
"그런가?"
"백퍼요."
잠시 후.
멜로우는 몸을 줄였다.
우두둑.
우지직.
거대한 몸집이 건장한 남성 정도 크기로 축소된다.
낡은 천 조각을 몸에 둘러쓴다.
멀리서 보면 기괴한 코스튬 인형처럼 보일 정도였다.
멜로우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완벽하군."
"...뭐가요?"
"예술 작품."
"..."
"살아있는."
"..."
"최고급 특수분장."
키키는 얼굴을 감쌌다.
"이제 더 수상해졌어요."
"너는?"
멜로우가 물었다.
키키는 자신의 뿔을 만지작거렸다.
"마음만 먹으면 빛의 굴절로 숨길 수는 있어요."
"그럼 숨기면 되잖니."
"싫어요."
"왜?"
"답답하거든요."
키키는 잠시 생각하더니 씨익 웃었다.
"누가 물어보면 영화 촬영 중이라고 할래요."
"영화?"
"네."
뿔을 손가락으로 톡 두드린다.
"최신 특수분장."
"..."
"돈 엄청 들었을 것처럼 보이잖아요."
멜로우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쵸?"
이번에는 아스라를 바라보았다.
"아스라는?"
아스라는 자신의 손끝에서 흘러나오는 은은한 빛을 내려다보았다.
✨
"음..."
"너도 숨길 수 있니?"
"할 수는 있어."
"그럼?"
아스라는 고개를 저었다.
"귀찮아."
"..."
"..."
키키가 어이없다는 표정을 지었다.
"그럼 어떻게 할 건데요?"
아스라는 잠시 생각했다.
"영화 배우."
"뭐?"
"특수효과 담당이 열심히 만든 캐릭터."
"그걸 누가 믿어요?"
"인간들은 원래 그런 걸 좋아하잖아."
키키는 반박하려다 멈췄다.
생각해 보니 틀린 말도 아니었다.
인터넷에는 그보다 더 이상한 차림도 넘쳐났다.
멜로우가 팔짱을 꼈다.
"좋아."
"뭐가 좋아요?"
"결론이 났군."
"무슨 결론요?"
멜로우는 당당하게 선언했다.
🌳
"우리는 영화 촬영팀이다."
"..."
"..."
"..."
잠시 침묵.
키키가 중얼거렸다.
"이 계획 망한 것 같은데."
"아직 시작도 안 했어."
꿈이 모이는 장소
멜로우는 땅을 만지며 걸었다.
"뭐 하는 거예요?"
"듣고 있다."
"뭘요?"
"인간들의 꿈."
🌿
그는 땅속을 흐르는 감정들을 느끼고 있었다.
희망.
후회.
사랑.
절망.
수많은 감정들이 보이지 않는 강물처럼 도시를 흐른다.
사람들은 알지 못한다.
자신이 품은 작은 소망 하나가.
가슴속 깊은 후회 하나가.
눈에 보이지 않는 흔적이 되어 세상에 남는다는 것을.
그리고 그 수많은 감정들은 이상하게도 한 곳으로 모여들고 있었다.
마치 별들이 밤하늘의 한 점을 향해 모여드는 것처럼.
"저기예요?"
키키가 물었다.
"그래."
멜로우가 고개를 끄덕였다.
"가장 강하게 들린다."
그들이 멈춰 선 곳은 절벽 위였다.
눈앞으로 푸른 바다가 펼쳐져 있었다.
파도는 햇빛을 받아 은빛으로 반짝였다.
그리고 그 바다를 내려다보는 건물 하나.
7층.
도시의 풍경과 바다를 동시에 품고 있는 특별한 장소.
"도착했다."
멜로우가 말했다.

간판에는 이렇게 적혀 있었다.
✨ MY SHINING STAR ✨
아스라가 고개를 들었다.
건물의 외벽은 대부분 투명한 유리로 이루어져 있었다.
낮에는 바다와 하늘을 품고.
밤에는 도시의 불빛과 별빛을 담아낸다.
특히 이곳을 유명하게 만든 것은 천장이었다.
특수 유리로 만들어진 천장.
맑은 밤이면 수많은 별들이 머리 위로 쏟아지고.
비 오는 날에는 빗방울이 하늘을 수놓으며.
눈 내리는 날에는 마치 하늘 전체가 춤추는 듯한 장관이 펼쳐진다.
그래서 사람들은 이곳을 찾는다.
연인들은 사랑을 이야기하기 위해.
학생들은 미래를 꿈꾸기 위해.
예술가들은 영감을 얻기 위해.
지친 사람들은 잠시 쉬어가기 위해.
누군가는 웃으며.
누군가는 울며.
누군가는 새로운 시작을 다짐하며.
수많은 사람들의 꿈과 감정이 이곳에 머물렀다.
🌟
멜로우는 조용히 눈을 감았다.
"신기하군."
"뭐가요?"
"인간들."
그의 나뭇잎이 바람에 흔들렸다.
"꿈을 꾸는 힘은 초록나라보다 약한데."
"..."
"꿈을 모으는 힘은 훨씬 강해."
아스라는 건물을 바라보았다.
은은하게 반짝이는 유리.
그 안에서 웃고 떠드는 사람들.
창가에서는 한 노인이 바다를 바라보고 있었고.
구석에서는 학생들이 시험공부를 하고 있었다.
천장을 올려다보며 사진을 찍는 관광객도 보였다.
인간들의 꿈이 모이는 장소.
그리고 아직 아무도 모르고 있었다.
언젠가 이 장소가.
두 세계를 잇는 작은 문이 되리라는 것을.
첫 만남
엘리베이터 문이 열린다.
매니저 지원은 고개를 들었다.
그리고 얼어붙었다.
"...어서 오세요?"
내 앞에는
이상한 꼬마.
인형 같은 소녀.
그리고 작은 나무 생물 하나가 서 있었다.
"놀라지 마시오."
멜로우가 마이 샤이닝 스타 전체가 울리도록 말했다.
"우리는 코스튬 신봉자들이오."
"...예?"
"예술이다."
"..."
"최첨단 예술."
"..."
아스라는 창가로 향했다.
그 순간.
건물 안에 가득한 감정들이 그녀에게 밀려온다.
설렘.
그리움.
사랑.
꿈.
✨
깨져 있던 픽셀이 조금씩 안정된다.
아스라의 원래 모습 보다는 귀여운 소녀의 모습으로 형성 되었다.
키키는 그 모습을 보며 미소 지었다.
"좋아 보이네요."

눈부시게 예쁘고 귀여운 소녀가 됐어요.
손님들도 아스라를 바라보며 웅성인다.
"응."
아스라가 작게 웃었다.
"여기는 따뜻하구나."
지구에서 가장 중요한 것
해가 저물 무렵.
키키가 멜로우를 바라본다.
"할아버지."
"응?"
"지구에서 살아가려면 가장 먼저 필요한 게 뭐예요?"
멜로우는 진지하게 고민했다.
정말로.
매우 진지하게.
1분.
2분.
3분.
🌿
그리고 마침내 대답했다.
"집."
정적.
"...예?"
"집."
멜로우가 다시 말했다.
"생각해 보게."
"네."
"자네들."
"오늘 밤 잘 곳 있나?"
키키
😳
"...없는데요?"
아스라
😳
"...그러고 보니."
멜로우
🌿
"노숙자 아닌가?"
3초 후.
💥
"뭐어어어어어어어?!"
키키의 비명이 건물 전체를 울린다.
"우리 노숙자예요?!"
"그렇군."
"그렇군이 아니잖아요!"
"생각보다 심각하군."
"생각보다가 아니에요!"

아스라는 결국 웃음을 터뜨렸다.
"후후."
"여신님까지!"
조금 전까지 불안했던 키키도 어느새 같이 웃고 있었다.
같은 상황인데도.
느끼는 감정은 계속 변한다.
그리고 감정이 변할 때마다.
세상을 바라보는 모습도 조금씩 달라진다.
멜로우는 조용히 미소 지었다.
🌿
"바람이 늘 같은 방향으로만 불지는 않는단다."
그 순간.
멀리 떨어진 아르고스 기지.
어둠 속에서.
제논이 창밖의 달을 바라보고 있었다.
🌕
그의 손에는 여전히 아스라의 데이터 칩이 들려 있었다.
"4년..."
그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좋다."
빛나는 데이터가 그의 안경에 반사된다.
"그동안 나도 답을 찾아보지."
신인가.
자연인가.
아니면—
인류의 다음 진화인가.
제논은 다시 한번 칩을 바라본다.
0.0003%.
거의 남지 않은 데이터.
하지만 그 작은 파편 하나가.
그가 평생 믿어왔던 상식을 흔들고 있었다.
지구를 관찰하려는 키키.
인류를 이해하려는 멜로우.
그리고 진실을 해독하려는 제논.
감정의 벨런스를 맞출려는 아스라.
네 개의 시선이 서로 다른 방향을 향하기 시작한다.
하지만 아직 아무도 알지 못했다.
그들이 찾고 있는 답이—
결국 같은 곳으로 향하고 있다는 사실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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